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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실리콘밸리 은행)가 파산한 이후에 은행권 불안이 점차 확산되면서 스위스의 CS은행이 UBS은행에 인수되었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부실은행으로 점쳐지다 지난주 실적 발표(4.24) 이후 대규모 예금인출이 확인되면서 매각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SVB 파산 이후 두 달가량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번 그 원인을 확인하고 은행권 상황에 대해 점검해 보겠습니다.

SVB 파산 원인 결과

2023년 3월 10일에 SVB(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하였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양적 완화로 많은 기업들이 수혜를 봤습니다. 그중에서도 IT 벤처 기업들이 즐비한 샌프란시스코에서 SVB는 그들을 주 고객으로 하여 많은 예금을 확보하게 됩니다. 1년간 호황으로 많은 예금을 확보한 SVB는 다른 은행들처럼 이 돈으로 대출을 줘야 하지만 여의치가 않습니다. 대부분이 스타트업 업체들이다 보니 현금이 많아 대출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타 기업들처럼 인프라 시설을 지으면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막대한 현금을 가지고 있었지만 고객층이 한정되어 있어 대출을 해주지 못하고 있던 SVB는 이 돈으로 미국 국채를 많이 사게 됩니다. 당시는 대규모 양적 완화시기였기 때문에 단기 국채는 이율이 너무 낮아 수익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장기 국채를 대량을 구매하게 됩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면 분명 안전자산인 국채를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급격히 높아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022년 3월을 기점으로 연준에서 금리 인상을 시작합니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소규모 IT 벤처기업들부터 돈줄이 급격하게 마르기 시작하였고 예금 인출은 점차 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SVB는 대량의 예금 인출을 메우기 위해 장기 국채를 팔면서 매각 손실이 발생하였습니다. 여기서 발생한 손실은 그대로 대차대조표에 잡히게 되는데 자본이 줄어들면서 자기 자본 규제가 손상되기 시작합니다. SVB는 이로 인해 유상 증자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고 급격하게 예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FDIC 예금보험공사는 더 이상의 예금 인출을 막기 위해 빠르게 파산을 결정하게 됩니다.

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

SVB은행은 IT 벤처 기업들이 주 고객인 특이한 경우였는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갔다면 벤처 기업들로부터 들어온 막대한 예금을 다른 산업군에 대출해 주면서 수익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SVB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지 못했고 장기 국채를 통해 수익을 내려고 했습니다. 이는 결국 파국을 일으켰습니다. 10년 동안 2% 받는 채권과 1년 동안 4% 받는 채권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는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SVB 파산 사태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게 될 경우 어떻게 중소 은행에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나타난 사례였습니다. SVB 파산 이후에 연준은 여러 가지 보완 장치를 만들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BTFP입니다. 첫 번째는 연준에서 재할인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를 낮춰주었습니다. (재할인 대출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기존 한 달이었던 만기를 1년으로 연장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시가로 책정했던 채권을 액면가로 책정하여 대출 금액을 늘려주었습니다. 네 번째는 BTFP를 통해 지원을 받을 때 비밀 유지를 해주는 것입니다. 경영이 어려워 BTFP의 지원을 받는 것이 공개되는 경우, 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BTFP를 통해 뉴욕연방은행과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관할의 은행에서 많은 중소 은행들이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근 은행권 불안이 계속되면서 대형은행과 시중금리를 추종하는 MMF로 예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형은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실적발표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건전한 재정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지역은행들의 연쇄 파산이 이어진다면 이는 금융 시스템 전반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실적 발표 이후 부실 은행들이 드러났고 이 은행들이 정리되면 어느 정도 은행권 위기는 진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금리 인상은 새로운 금융권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준도 인플레이션과 금융권 불안 사이에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금융권 불안을 이유로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지만 지금 연준이 피봇을 하게 된다면 인플레이션은 다시 걷잡을 수 없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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